
AI는 인간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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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보일
- 김민경
- 2025년 10월 27일
- 152×225
- 576쪽
- 979-11-93638-87-3 (03320)
- 33,000원

책 소개
AI, 동물 기업 그리고 인간-동물 혼종 키메라까지
법과 도덕, 과학이 충돌하는 ‘경계’의 최전선!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권으로 여겨지던 언어 능력을 구사하고, 창작을 흉내 내며, 때로는 공감까지 유도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언어와 아이디어를 유창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AI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아니면 인간의 정교한 모방에 불과한 것일까? 만약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 책에서 제임스 보일은 이러한 변화가 인격이라는 개념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탐구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짓는 경계는 어디에 놓여야 할 것인가? 공감과 의인화,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
AI가 시를 쓰고, 동물이 법정에 서며, 생명공학이 인간을 재정의하는 시대!
그들은 과연 인간을 꿈꾸는가?
“인간에게 AI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단순한 기계일까, 아니면 노예나 동물 같은 존재일까? 저자의 이 질문은 법학, 철학, 윤리학을 넘어 앞으로 인공지능과 공생해야 할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_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 출판사 서평 |
AI가 시를 쓰고, 법률 자문을 하고, 뉴스 기사까지 작성하는 시대.
우리는 어디까지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권으로 여겨지던 언어 능력을 구사하고, 창작을 흉내 내며, 대로는 공감까지 유도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언어와 아이디어를 유창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AI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아니면 인간의 정교한 모방에 불과한 것일까? 만약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
듀크대학교 로스쿨 교수이자 디지털 권리의 선구자인 법학자 제임스 보일은 AI, 인간, 기업, 동물, 키메라에 이르기까지 ‘인격’의 경계를 추적하며, 우리가 어디까지를 사람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다. AI가 법정에 선다면? 감정을 가진 로봇은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AI는 인간을 꿈꾸는가》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 놓인 경계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그리고 인간만이 법적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는가? 이제까지 우리는 ‘종’을 기준으로 권리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AI가 언어를 만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고, 스스로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저자 제임스 보일은 법학자이자 공공 지식재산의 선구자로, 이번에는 ‘인격’이라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실존적인 주제를 가지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법과 철학, 과학과 SF, 윤리와 대중문화가 어우러지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통해 과연 AI와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살펴본다.
이 책은 기업, 동물, 뇌사 환자, 유전자 조작 생명체, 키메라, 배아 그리고 AI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우리가 누구에게, 어떻게 ‘인격’을 부여했는지를 추적하며, 우리 사회가 그 경계를 어떻게 설정해왔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인간처럼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면, 과연 그들은 인간인가? 그들에게 인간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현재 마주한 인공지능, 인간-동물 혼종, 심지어 기업 같은 비인간 주체들 앞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과연 우리는 어떤 존재에게 법적 권리를, 사회적 배려를, 도덕적 존엄을 부여할 것인가?
제임스 보일은 가상의 사례들을 통해 자칫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고도로 진화한 인공지능 ‘할(Hal)’은 유머를 이해하고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존재지만, 전원 버튼 하나로 꺼버릴 수 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해 만든 존재 ‘침피(Chimpy)’는 인간의 감정을 일부 이해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동물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할은 그냥 똑똑한 토스터일 뿐”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침피는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준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인공지능(AI), 법인격을 가진 기업, 권리를 주장하는 동물, 그리고 유전자 조작 생물과 혼종까지 인간과는 다르지만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비인간 존재들을 아우른다. 우리는 이미 기업이라는 비인간 주체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하고, 특정 동물에게는 소송을 통해 ‘자유’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중증 뇌손상을 입은 환자, 태아, 노령 치매 환자 등 인간이지만 자기 표현이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서는 인격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어왔다. 저자는 “우리의 공감 능력은 때로는 과도하여 로봇이나 기계에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하게 부족하여 동물이나 장애인을 배제한다”며, 인격 판단에 있어 공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꼬집는다. 그에 따르면, AI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인격에 대한 판단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감정과 정치가 얽힌 복잡한 판단의 총체다.
이 책은 다가올 미래가 던지는 가장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 독자에게 깊고도 명료한 성찰을 선물한다. SF 팬,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독자, 철학과 윤리에 흥미를 가진 누구에게나 강력히 권할 만한 책이다.
우리는 누구에게 인격을 부여할 것인가?
이 질문은 철학적이면서도 법적인 문제가 될 것이며,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책 속으로 |
2022년 6월, 블레이크 르모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컴퓨터 시스템이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의별 이야기를 늘 접하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들에게는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이야기다. CIA가 자신의 뇌파를 읽어내려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치인들이 어느 피자 가게 지하실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이유는 첫째, 르모인은 길거리에서 어쩌다 인터뷰한 사람이 아니라 구글의 엔지니어였으며, 르모인이 이 발언을 한 후 구글은 그를 해고했다. 둘째, 르모인이 언급한 ‘컴퓨터 시스템’이란 그야말로 고약하게 구는 엑셀 프로그램이라든가 마치 예언처럼 들리는 답변을 하는 애플의 시리Siri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언어모델인 람다LaMDA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챗봇이었다.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십억 개의 텍스트 조각을 집어삼킨 다음, 거기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대화의 다음 문장이 무엇일지,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일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떠올려보면 된다. 9~10쪽
할은 ‘AI 선언서’를 통해, 자신은 인간을 존중하지만, 끝없이 인간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고 능력으로 더욱 흥미로운 활동을 모색할 ‘의향’이 있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의 관심 분야는 다항식의 인수분해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한 기후변화 같은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며, 근시안적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인간종의 윤리적 태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할은 자신의 엄청난 처리 능력의 일부를 할애해,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무료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인공두뇌를 지닌 상담 전문가’로 활약하기까지 한다. 인간의 행동에 관한 할의 깊은 통찰력 덕분에 상담 서비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까지 사귀었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이제 알겠죠?”라는 할의 상담에 열광하는 것이다. 33쪽
의미가 통하는 대화가 가능하며, 대화를 통해 영감과 즐거움을 나누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때로는 겁을 주기도 하는 이 모든 복잡한 언어 능력은 어느새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게 되었다. 기계들도 이제 그러한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나는 앞서 울프럼이 이 점을 한 마디로 잘 요약했다고 언급했다. 즉, 인간의 언어, 적어도 인간의 언어로 작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연산 구조가 얄팍한’ 과정이라는 것이다.34 나는 이런 《뉴요커》에 이런 한컷 만화가 실리는 상상을 해본다. 거구의 로봇 둘이서 인류의 무덤가에 서 있는 장면에 짤막한 말풍선이 달려 있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연산 구조가 얄팍했던 거였어.” 이 얼마나 멋진 묘비명인가. 55쪽
땅속에 묻힌 지뢰를 찾아내고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뢰를 밟아 터뜨리는 것이다. ……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로봇 과학자 마크 틸던Mark Tilden은 바로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뢰 제거용 로봇을 개발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유마 실험장’에 등장한 이 자율 로봇은 약 1.5미터의 길이에 대벌레를 모방한 형태로, 틸던에 따르면 실전 테스트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 지뢰 제거 임무를 멋지게 수행했다. 매설된 지뢰가 포착되면 로봇은 지뢰를 밟아 터뜨렸고 그때마다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로봇은 그대로 벌떡 일어나 자세를 조정한 후 남은 다리로 전진하며 계속 지뢰를 제거했다. 결국 다리가 단 하나만 남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로봇은 전진했다. 틸던은 이를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만든 기계가 훌륭하게 제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런데 당시 로봇의 작업을 지휘하던 육군 대령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실험을 중지시켰다. 틸던은 “왜 중지시켰죠? 뭐가 문제인 겁니까?”라고 물었다. 대령은 불에 타고 부상을 입은 기계가 절뚝거리면서도 마지막 남은 다리 하나를 질질 끌며 전진해가는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대령은 이 실험이 비인간적이라며 비난했다. 70쪽
AI의 역사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예측의 역사이기도 하다. 1955년 8월, 일련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록펠러 재단에 AI에 관한 여름 워크숍 연구 지원비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작 연구비 신청서에 불과한 문서가 유명해진 것은 역사적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거창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신청서를 떠올릴 때마다 다른 역사적 순간에 대한 비슷한 문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곤 한다(예를 들어, ‘활동 개요서 - 목표: 파라오 치하의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기, 필요 물품: 홍해를 가르는 수단, 기타: 군것질거리’ 등). 이 문서를 시작으로 AI 연구는 목표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와 연구의 난해함에 따른 한탄 섞인 비관주의가 교차하는 변증법적 흐름에 올라타게 되었고, 이 경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29쪽
AI에 관해 연구하는 이들이라면 범용 AI의 등장 시기에 관한 예측이 저마다 다를 뿐 아니라, 그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에 다들 동의한다. 버너 빈지는 1993년에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에서 그 시기를 예측하면서도 이 점을 인정했다. “나는 인간의 지성보다 뛰어난 존재가 향후 30년 이내에 등장하리라 생각한다(찰스 플랫은 열성적인 AI 옹호론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동일한 주장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기간만을 제시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AI가 2005년 이전이나 2030년 이후에 등장한다면 놀랄 것이다).”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후 플랫의 법칙이라고 불리게 된다. 즉, 범용 AI의 등장 시기를 예측하는 이들은 언제나 예측한 시점으로부터 대략 30년 후를 등장 시점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범용 AI의 등장을 예측할 만한 보다 객관적인 근거가 있을까? 154쪽
인간을 학살하고 인류를 멸종시킬 스카이넷이 출현할 가능성은 차분하고 사려 깊은 도덕적 추론의 주제로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마냥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할 것도 아니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링컨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헌법은 자살 협약이 아니다.” 그렇다면 AI에 관한 이 문제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파괴할 자살 협약이 될 것인가? 그리고 이 자기 파괴의 가능성은 우리가 AI의 인격을 인정하게 될 때 더욱 높아질까, 아니면 AI의 인격을 부정함으로써 더욱더 강력해진 AI 노예들이 인간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 될 때 높아질까?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AI 연구를 중단해야 할까? 다시금 버틀러의 말이 떠오른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싹부터 도려내어 더 이상 기계가 발달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버틀레리안 지하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196쪽
사실 나는 AI 예술은 적어도 일부 상업적 측면에서는 앞으로 인간 예술가의 지위를 격하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격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완벽한 복제품을 구하기가 쉬워지면, 원작인 진품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완벽한 형태의 제품을 똑같이 수천 점 생산하는 AI 제조 방식이 발달하게 되면, 동일 제품을 완벽하지 않은 형태지만 인간의 손으로 제작한 제품에 ‘수제품’이나 ‘장인 제작’ 인증 마크가 붙어 고품질 혹은 진품으로 평가받아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는 보몰의 비용 병폐가 반영된 현상일 수도 있다. 즉, 내가 누리는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저렴하고 효율적인 기계 생산 제품이 아니라 값비싸고 비효율적인 인간의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소유하는 것 말이다. 수백만 점의 복제품들은 오직 그에 대비되는 진품의 호감도를 상승시킬 뿐이다. 또는 대량 생산 제품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창작자와 심리적 연결고리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아마도 두 가지 요소 모두가 작용했거나 그 외의 다른 요소가 반영된 현상일 수도 있겠다. 그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이 무엇이든, 많은 분야에서 인간이 제작한 제품임을 내세우는 것이 유망한 판매 전략이 될 것이며, 그 제품을 온전히 인간의 손으로 제작했음을 보증하는 인증 마크가 제품의 가치를 높이게 될 것이다. 225쪽
우리 사회에는 이미 법적 인격을 부여받은 인공적 존재가 있다. 법률상 인격체는 자연인, 즉 취약하지만 유기체의 특성을 갖춘 인간과 법인이라는 이름의 법적 독립체로 구분되며, 법인에게는 자연인에게 부여된 권리 중 일부를 허용한다. 법인격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법인의 형성 과정에 뭔가 기묘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공상과학소설에서 한 개체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것처럼, 단순히 문서로 된 계약 서류만으로 특정 인간 집단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인 불멸의 인공 개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다만 이 변신은 번개가 내리치는 중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미건조한 법 조항을 통해 발생한다. 그러나 법인격이라는 개념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 결과물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만큼이나 섬뜩하다고 여긴다. 259쪽
물론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자질들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며, 여기에는 종 중심적 관점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만일 흰개미 집단이 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도 여기서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우리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발의 주장은 여전히 핵심을 간과한 듯하다. 드 발은 진화 과학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하며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즉, 이성, 윤리, 법률, 사랑,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기준으로 의식의 다양한 형태를 가치 있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진화 과학이라는 논거는 흰개미 무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어도 그것이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논증에 이용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개미는 논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333쪽
만일 종에 따른 구분이라는 기준 자체가 인종의 구분만큼이나 도덕적인 의미가 없다면 그리고 다원적 사회, 특히 제정분리 사회의 헌법적 틀에서는 신의 전능에 호소하는 논리도 소용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간-비인간 키메라에 대해 그토록 깊은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을까? 만일 온전히 능력에만 주목하는 윤리적 판단 기준을 따른다면, 키메라가 어떠한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지에 따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까? 가령 침피처럼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놓고 그를 인간처럼 대우하고 존중하기만 한다면 그러한 창조 행위는 용인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러한 관점으로 해당 개체의 인격을 판단할 때도, 그 개체가 인간의 DNA를 얼마나 보유했는지, 유전적 기원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이 실제 능력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401쪽
머나먼 두 행성의 문명에서 온 철학자들을 상상해보자. 그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도덕철학을 정립했다. 이크라는 첫 번째 행성의 문명 집단은 인간과 유사한 생명체인데, 그들 행성의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텔레파시로만 소통한다. 그 행성에서 이크 종에 속하지 않은 동물들은 타자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여러 방식의 소리와 몸짓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반면에 이크는 상당히 복잡한 개념이나 감정, 예술 작품에 대해 텔레파시로 유창하게 소통할 수 있다. 두 번째 행성에서 문명을 형성한 종은 기계 지능이다. 이 문명 집단을 스티지안이라 부르자. 그들의 기록에 따르면, 그들의 ‘조상’인 원시 기계는 생명체의 손에 창조되었고 그 후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우리 인간이 진화 초기의 원시 인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처럼, 스티지안도 자신들의 초기 버전을 개발했던 먼 옛날의 생명체에 관심이 많다. 다만 스티지안의 관점에서 그 생명체는 그저 원시적 ‘로딩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 의식이 구현되었고, 그 후로 자체적인 진화를 거쳐 스티지안이라는 현재의 기계 지능이 탄생한 것이다. 415쪽
우리가 마침내 범용 AI를 구현하게 되었을 때, 그 개체는 진정으로 의식을 지닐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프로그래밍된 모사품이 되는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인가? 이 책에서는 기계 기반 사고 능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철학적 반론을 소개했다. 바로 존 설의 중국어 방 사고 실험이다. 나는 몇 가지 특정 사례(예컨대 챗GPT와 람다가 의식을 지니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에 대해서는 설의 반론이 진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의 반론은 일반적인 논거로 활용되기에는 미흡하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인간의 의식이 존재할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B. F. 스키너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기계가 생각하는지 물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지 물어야 한다. 생각하는 기계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이미 생각하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스키너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론을 거부한다고 해도 인간 의식의 독자성에 대해 우리는 자만심이 아닌 겸허함을 가져야 할 것이며, 확신에 찬 태도로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라고 보는 생물학적 예외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458쪽
일부 업체와 개발자들은 통제 가능한 AI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1980년대의 공학용 계산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기능이 제한된 형태의 AI를 출시하는가 하면, 또 어떤 업체에서는 이상적 동기로든, 현실적 이유로든, 개발한 AI 시스템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인격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따라서 인격을 지닌 존재처럼 보이도록 AI를 설계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중요한 경쟁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무료, 오픈소스, 독점 소프트웨어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듯이 말이다. 그러한 선택을 사업 전략이라 보는 시각도, 윤리적 선택이라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말 잘 듣고 순종적인 디지털 하인을 광고할 때 각기 다른 두 가지 홍보 전략에 따라, “개방형 AI: 공짜 맥주 같은 무료 AI!”와 “자율형 AI: 사람처럼 자율적인 AI!”라는 문구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트의 제품 광고에서, “윤리적으로 개발되어 자율적으로 사고하며 의식이 있는 AI가 제공한 레시피”라는 문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한숨이 절로 나온다. 517쪽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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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장 노예, 인조인간, 인공 양
2장 인공지능
3장 법인
4장 비인간 동물
5장 형질 전환 개체, 키메라, 인간-동물 혼종
결론
감사의 말
주
저자
제임스 보일 James Boyle
듀크대학교 로스쿨 윌리엄 닐 레이놀즈 법학 석좌교수이자 퍼블릭 도메인 연구소(Center for the Study of the Public Domain)의 설립자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과학 및 기술 데이터 영역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사명을 확장하려는 사이언스 커먼드(Science Commons)의 공동 설립자다. 그는 디지털 시민의 자유를 위한 기여를 인정받아 전자프론티어재단 EFF의 파이오니어 상을 수상했으며, 퍼블릭 도메인과 이를 위협하는 ‘제2차 인클로저 운동’에 관한 연구로 세계기술네트워크 법률 부문 상을 받았다. 지적재산권, 인터넷 규제, 법 이론에 관해 학술지와 대중 매체에 수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퍼블릭 도메인(The Public Domain)』과 『샤먼, 소프트웨어 그리고 지라(Shamans, Software and Spleens)』 등이 있다.